소시오패스라는 용어는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어 있죠. 그래서 좀 더 섬세한 이해가 필요한 단어가 되었답니다.
너 소시오패스 아니야?
저 소시오패스 그런 거예요?
8년 동안 연남동에 있는 심리카페에서 다양한 분들을 상담해드리다 보면, 이렇게 물으시는 분들을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커플 상담으로 오신 분들에서 더 그렇죠.
소시오패스하면, 엄청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냥 하나의 특성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그 양극단이 아닌, 현실 속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선 소시오패스에 대해 제 경험을 반영해서 현실 적용에 적합한 이해로 정리해 드릴게요.
당신이 지금 소시오패스와 있다면, 당신의 삶은 변화와 성장이 아닌, 소진과 외로움으로 흘러가기가 쉽기 떄문에, 그들을 분별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소시오패스와 있으면서 웃고 즐거워하고 있는 사람만큼 안타까운 사람도 없으니까요.
일상 속 소시오패스란,
일상 속 소시오패스란, 무엇보다 타인의 생각, 감정, 행동과 그 이유들에 대한 추론을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추론을 못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공감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난 니가 왜 화내는지 이해가 안 가.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추론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왜냐하면, 추론하기 위해서는 공감능력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그 기능을 해야 하는데, 공감이라는 것의 기능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따뜻한 말, 공감적인 말, 그것만으로는 공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학습해서 연기를 잘하니까요. 마음에도 없는 말과 표정을 잘 지을 수 있는 것도 공감이라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죠.
공감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면요.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여러 개의 거짓말을 여러 번 하는 것에 있어서 불편함이나 피로도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단한 공감능력이 있지 않아도, 보통의 사람들은 한두 번의 거짓말을 한다 쳐도, 여러 개의 거짓말을 여러 번 하고 있으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심적 부담과 불편감을 느끼게 되죠.
왜냐하면, 양심이라는 것이 작동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무반응으로 있는 것이죠. 아, 그 부분 자체가 없는 경우들도 있으시고요.
염려라는 감정도, 미안함이라는 감정도, 안타까움이라는 감정도 그들에게는 없기 때문에, 마음에도 없고 안 느껴지는 공감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그에 맞는 표정을 지어주면서. 이 역시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에 회의감도 안 들고, 미안하지도 않죠.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 중, 공감적이고 감정이입을 많이 되어 버리는 분들은 본인의 그런 감정적인 반응에서 그들을 해석합니다.
속으로는 미안해하고 있을 거야.
자기도 저렇게 말하고 나서 미안해하겠지.
양심이라는 것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공감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타인의 생각, 감정, 행동과 그 이유들에 대한 추론을 못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을 못 하세요. 짐작만 한다고 할까요. 마치 드라마나 뉴스에서 접하는 것으로요.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소시오패스들은 드라마나 남의 세상에 있는 사람으로 인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시오패스인 사람은 그냥 조금 감정 표현이 서툰 거고,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고, 얼마나 잘 챙겨주고 위로도 잘해주는데 무슨 소시오패스냐라는 식이시죠.
그리고 가장 많이 두둔하면서 사용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단점이 있고, 저도 그렇게 공감적이고 그러지 않아요.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들은 공감이 일어나지 않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수준과 정도가 일반인과는 아예 다릅니다. 단지 공감을 못한다가 아닙니다. 그들의 모습은 장점, 단점을 말할 때 사용되는 단점의 모습이 아닌 것을 모르는 것이죠. 마치 소시오패스를 하나의 특성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계세요. 소시오패스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게 작동합니다.
그들이 쓰는 가짜 공감, 거짓 위로의 모습
소시오패스들은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에 공감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공감적인 말과 표정을 사용하죠.
이들은 감정을 처리할 때 공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지.
당신이 슬퍼할 때, 그 상황에 맞는 말을 찾아 건네며 위로해 주는 모습을 연기합니다. 그의 위로는 '내가 저 상황이면, 정말 슬프겠구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울면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져줘야 한다.
학습과 연습이라는 노력의 결과물로 나오게 되는 모습입니다.
그런 사람과 사는 것이 괜찮으세요? 그게 어떤 건지를 알고 괜찮다고 하시는 것인가요? 잘 모르셔서 '괜찮아'라고 하시는 것인가요?
'그래도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잖아.'
'공감은 못해도, 느끼지는 못해도 그래도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잖아'라고 말하시는 분이 계셨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요, 상대가 아니고 자신을 위해서 그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거예요. 자신이 호감을 갖기 위해서, 사람들 속에서 스며들어 있기 위해서, 자신이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죠.
그들은 자기중심적이면서 곁에 있는 사람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기생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모르니깐, '괜찮아요'라고 생각하시는 것이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장점들로 '괜찮아'라고 생각하시는 것이고요. 그리고 이미 그런 그를 만나기 전부터 주체적이고 분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잡아주고 있는 모습에 안정감 마저 갖는 분도 계셨죠.
소시오패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불쾌함을 주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사람 좋은 사람의 모습을 가면 쓰고 연기를 하죠. 그게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빼먹기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렇게까지도 연습하고 익힙니다.
호주 출신 모델인 카니카 바트라-매더슨은 소시오패스로 진단을 받은 사람입니다. 소시오패스인 그녀가 SNS를 통해 상대가 소시오패스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시오패스인지를 알려면 눈을 보세요. 소시오패스의 눈에는 감정이 없고 시선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정이 없는 눈,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눈이 어떤 것인지 본 적이 없으셔서 잘 모르겠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심리카페를 8년 동안 하면서 소시오패스의 모습을 강하게 보이는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래서 카니카 바트라-매더슨이 말하는 감정이 없는 눈,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눈이 어떤 모습인지를 압니다. 그때 느꼈던 눈을 떠올리면 아직도 기분이 불편해지죠. 물론 그분도 겉으로 친절하고 자상하게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언행들을 많이 했죠. 그런데 그것이 그냥 일방적이고 기계적이었죠.
감정이 없는 눈,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눈을 잘 모르겠다면, 빤히 쳐다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보세요. 우리가 누군가를 빤히 오랫동안 쳐다보지 않는 이유는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렇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긴장 때문이죠.
그런데 소시오패스들은 긴장이라는 감정, 불편감을 준다는 것을 못 느끼기 때문에 빤히 오랫동안 아이 컨택을 함에 있어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입니다. 민망, 부끄러움, 어색함과 같은 감정이 없어야 나오는 모습이죠. 소시오패스와 관련된 연구들에서도 소시오패스는 정상인보다 눈을 덜 깜빡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 모습에 대해 카니카 바트라-매더슨은 이런 말을 해주죠.
사람들에게 의심받지 않기 위해 눈을 더 자주 깜빡이는 방법을 스스로 연습해서 익혔어요.
소시오패스들은 자신을 잘 위장하기에 스스로를 많이 드러내지 않고 남들이 원하는 모습, 이상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을 자신의 모습인양 위장해 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에게 웃는 법, 인사하는 법, 호감 사는 법을 습득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소시오패스를 가장 잘 숨겨진 성격장애이자 가장 위험한 성격장애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속이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분별을 안 하면서 살아왔던 분들은 너무도 쉽게 그들에게 빠지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그래도 나를 걱정해 줘요.
만약에 소시오패스인 사람이 당신을 걱정해주고 있잖아요? 그러면 왜 걱정해 주는지를 생각해야지, 아, 나를 걱정해 주는구나, 날 신경 써주었구나, 날 챙겨주었구나, 하며 행복해하고 안심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운 분들을 자주 보게 되다 보니 마음이 착잡해지곤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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