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만 알고 싶은 곳, 연남동 심리카페입니다. :)
당신이 혼자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게, 저의 경험을 녹여낸 것들을 들려드릴게요. 저는 실제로 연남동에서 심리카페를 운영하며 8년 동안 5천 명이 넘는 분들을 직접 상담해 왔습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가볍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진짜 힘이 없는데, 힘을 내라고 해요. 할 수 있다면서요. 난 진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제 심리카페에 오셨던 분들 중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던 분들이 꽤 많으셨어요.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시다가 우시기도 하셨죠.
변화가 필요한 상황과 상태일 때,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큼 답답하고 힘 빠지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고민하게 되고 방황하게 되지만 초점을 맞출 수가 없고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되죠. 그때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심리학에서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을 '터널 시야에 빠져 있다.', '터널 시야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끝만 희미하게 보이는 캄캄하고 긴 터널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죠.
심리적 측면에서의 "터널 시야"란,
'터널 시야'란, 터널 끝의 작은 점만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경우,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과 감각들을 보지 못하고는 상태를 말하죠.
특정한 것만을 바라보고 나머지를 바라보지 못함으로써 나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대부분 놓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부정적인 판단을 가져오게 되기가 쉽죠.
그래서 우울과 무기력을 보이는 분들이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가 '터널 시야'입니다.
"힘내"라는 말의 기운 넘치는 무신경함
터널 시야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말을 좋은 의미와 의도로 건네는 것은 효과가 없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반감과 반발을 사기 쉽습니다. 바로, "힘내"라는 말 안에 담겨 있는 무신경함 때문이죠.
상대가 지금 너무도 낙담하고, 좌절과 시련을 겪어 폐허가 되어 있는 상태라면, 그래서 오직 어두운 곳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터널 시야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면, 무턱댄 "힘내"라는 말은 피해주세요.
왜냐하면,
무신경함을 담고 있으니까요.
"힘내"라는 말은, 터널 시야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자칫, 내가 지금 갖고 있고 겪고 있는 심정과 상태에 대한 "이해와 살핌"보다,
극복하고 이겨내어 나아가야 하는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말로 들리기 때문에 '무신경하다'는 느낌을 더 크게 경험하게 됩니다. 당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요.
이럴 때일수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기운 내야지.
이런 말은 '터널 시야'에 빠져 있지 않은 보통의 평범한 힘겨움과 어려움에 놓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는 말입니다. 지금 내가 "힘내"라고 말하는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살피는 것은 사려 깊은 배려가 됩니다.
터널 시야의 위험성
윌리엄 스타이런이라는 작가의 회고록에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우울증은 신비로운 고통을 수반한다. 증상도 오로지 자신만이 알 수 있고, 기묘하고 포착하기 어려워 이것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이는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보게 되는 우울함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상태이다.
심리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은 크게 압박감과 무력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압박감과 무력감은 양극단에 있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공존하게 되는 특성을 자주 보입니다.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심리적 압박감과 무력감을 겪어야 하는 환경에 있다보면, 결국 그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 자포자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여러 모습과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존엄, 기본적인 케어와 보살핌, 보호 등을 놓아버리는 것이죠.
바로, 이 점이 '터널 시야'의 위험성이에요. 놓아버린 것이요.
아직, 놓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놓아버리고, 아닌 곳, 아닌 사람, 아닌 관계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방치한 듯, 아무 희망, 기대, 의미, 가치, 존엄 없이 그냥 굴리죠.
이런 극단적인 선택과 자포자기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인 '터널 시야'는 다른 어떤 것을 보지 못하고 경직되어 이분법적인 생각에 고정되어져 있는 안타까움이 마음 아프죠. 터널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데 말이죠.
터널 밖의 또 다른 세상
지금의 이 거지 같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이 사람에게 빌붙어 있는 자신이, 혼자인 것이 겁나고 두려워 어울리고 있는 소모적이고 허무한 관계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니랍니다.
되게 큰일날 것 같죠?
그렇게 계속 있다가 생기게 될 큰일보다는 작은 일일 것입니다.
지금 있는 그것 말고도 다른 것이 있고, 지금 있는 그곳 말고도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죠.
지금 너무 힘드시다면, 지금 당신이 있는, 막다른 곳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의 벽 뒤에 또 다른 공간과 세상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으면 해요. 이렇게 힘드나, 저렇게 힘드나, 어차피 다 힘든 건데 뭘 덜 힘든 것을 찾을 게 있을까요?
당신이 느끼기에도 지금 내가 위험한 상태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틀에 갇힌 생각, 터널 시야에서 나와서 살 길을 찾는 것이 나으세요
뜬 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저는 8년 운영해온 제 심리카페를 올해 10월까지 영업을 하고 정리를 했었답니다. 나오면서 건물주의 요구로 완전 철거를 하고 나왔죠.
카페로서의 사업자등록도 폐업을 하고요. 그런데 지금 11월이 들어와 19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까지 오는 사이에 기존 카페와 같은 이름의 출판사를 홍대 앞 사무실에 내고, 글을 바탕으로 한 생활을 갖추어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상담해드리는 일에 대해, 그리고 연남동에 심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치고 회의감이 들어 접을 생각을 3년 전부터 했던 것 같아요. 카페를 내놓았다가 막상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계속 영업을 하려고 한다고 하고 캔슬을 했었죠.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였던 것 같아요. 정도 들었고, 미련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카페를 접고 무엇으로 먹고 살지라는 두려움, 걱정, 불안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접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업체로, 새로운 일들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지금의 만족도와 몰입도가 너무 커 두려움, 걱정, 불안은 거의 없답니다.
많은 분들이 마인드와 방법을 쫓고, 찾고, 또 이야기를 하죠. 그건 마치 비타민 B 알약 하나로 풀릴 정도의 피로는 비타민 먹으면서 회복시키면 되는 것과 같아요. 마인드와 몇 가지 방법으로 풀리고 해결될 것은 그렇게 하면 되죠. 뭐가 문제인가요?
그런데 비타민 알약으로 해결될 피로가 아닌 것을 비타민 먹는다고 피곤한 것이 사라지던가요? 저는 별차이를 못 느끼겠던데요. 정말 피곤할 땐.
무언가 한계에 부딪히고, '터널 시야'에 빠지고 갇혀 있는 중이라면, 환경 자체를 바꾸거나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많이 노출시키세요. 긍정적인 경험을 마인드로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긍정적일 수 있는 순간과 경험으로 갖는 것이 필요하세요.
그것이 "다 의미 없어.", "자신 없어.",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살아서 뭐해.", "너무 힘들고 고되기만 하다"를 나올 수 있게 해줍니다. 생각을 생각으로 푸시려고 하면 안 되세요. 마음을 마음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고요.
뭐 일단은 해보세요. 생각으로, 마음으로, 뭐 다짐과 결심으로? 충분히 다 해보시고 효과가 없고, 더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드시면, 그때 여기의 이 글을 떠올려 보시면 되시죠.
"이젠 어쩔 수 없어"라고 하기에 아직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 엎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것이여서 더 권해드려요. '차라리 용기내서 3년 전에 할 걸 그랬나봐'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거든요. 아, 그때는 이런 여러 가지 기회들과 환경들과 조건들이 없었으려나요. 뭐 암튼, 생각과 마인드가 아닌 환경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터널 시야에 빠져 있는 상태에 관해 옛날에 봤던 영화의 한 대사가 인상적이여서 올려드릴게요. 바로 영화 <설국 열차>에 나오는 대사랍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 문을 여는 거야. 이런 문이 아니라 이쪽 문을 여는 거야. 이 바깥으로 나가는 문들 말이야. 워낙 18년째 얼어붙은 채로 있다 보니까 이게 무슨 벽처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저것도 문이란 말이지. 그래서 이쪽 바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이 얘기야.
사실 저것도 문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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